이 순간, 당신이라면.
금요일 저녁 일곱 시, 나는 작은 식탁에 혼자 앉아 있다. 맞은편 빈 의자에는 어머니가 보관해 둔 파란 종이봉투가 놓여 있다. 봉투 안에는 누나 유진에게 보내지 못한 메모 한 장이 있지만, 나는 아직 펼치지 않았다. 오늘은 유진의 생일도, 가족 행사가 있는 날도 아니다. 다만 몇 해째 미뤄 둔 말을 더 미루고 싶지 않은 저녁이다.
부엌에서는 식은 국 냄새가 나고, 창문에는 비가 가늘게 붙는다. 나는 봉투 옆에 흰 메모지와 휴대전화를 나란히 둔다. 유진에게 닿을 말을 고르는 일은, 우리가 함께였던 시간과 비어 있던 시간을 어느 쪽부터 바라볼지 정하는 일처럼 느껴진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