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 순간, 당신이라면.
서윤이 떠나는 날 아침, 나는 창가의 잔향판을 켰다. 이 작은 판은 내가 고른 소리와 말만 은빛 선으로 남긴다. 마음을 읽는 물건은 아니라고 제작 설명에 적혀 있었다. 오늘 건넬 기록에는, 붙잡고 싶은 나와 숨기고 싶은 내가 함께 들어갈 것이다.
서윤은 저녁 기차를 타기 전 잠깐 들르겠다고 했다. 나는 아직 봉투도, 마지막 문장도 준비하지 못했다. 판의 빈 면에는 세 칸이 남아 있고, 책상 위에는 식은 차와 접히지 않은 편지가 놓여 있다.